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과학자에겐 최고의 영예이다. 노벨상에 주어지는 메달은 금으로 도금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금으로 만들어졌다. 금을 이렇게 고귀한 대상에게 사용하고, 귀금속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다. 금은 우리가 알고 있는 118개의 원소 중에 유일하게 노란색 광택을 띠는 글 속이다. 대부분의 금속은 녹슨다. 하지만 금은 녹슬지도 않고 강한 산이나 염기에도 반응하지 않는 희귀한 특성을 가졌다.
변화란 전자를 주고 받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의 민족적 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이 민족주 의는 과학에도 영향을 끼쳤다. 나치는 노벨상 자체가 다른 민족이 만든 상이고 게다가 수상자 대부분이 유대인이어서 독일인이 노벨상을 받는 것도 마땅치 않게 여겼다. 결국 메달 몰수 명령을 내리게 된다. 당시 노벨 물리학 상 수상자였던 독일인 막스 폰 라우에와 미국인 제임스 프랭크는 자신들의 메달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닐 스 보어 연구소에 맡겼다. 그 연구소에 근무하던 헝가리 화학자 게오르크 헤베시가 독일군의 눈을 피해 금을 다른 물질로 변하 게 했다가 나중에 다시금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는 화학자였지 만 고체 납에서 일어나는 원자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방사성 추적자 연구를 한 터라 물리학자로 명성을 날리며 보어의 초청으로 연구소에 들어갔고 많은 물리학자와 친분이 있었다. 그렇게 다른 물질로 변한 메달은 여전히 닐스 보어 연구소에 있었지만 독일군은 찾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고 그 약속은 지켜졌다. 사라졌던 금은 무사히 메달로 다시 만들어져 주인에게 돌아갔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금은 일반적인 산에 반응하지 않지만 염산과 질산의 혼합물에는 녹 는다. 이 혼합물은 염산과 질산을 3:1의 비율로 섞은 강한 산성 용액인데 '왕수'라고 부른다. 원래 금은 잘 변하지 않고 녹지도 않아 왕만이 녹일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을 녹인 용액은 마치 황 토가 녹은 듯한 형태가 된다. 헤베시는 왕수에 메달을 녹였고 닐스 보어 연구소 선반에 보관했다. 당연히 독일군의 눈을 피했다. 이후 용액에서 환원 과정을 통해 금을 추출했고 노벨 재단에 보내 메달을 다시 만든 것이다.
화학에서는 물질의 성질과 상태의 변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 경우에도 둥근 메달 모양은 없어졌지만 금 성분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저 물질 상 태나 형태가 변한 것이다. 사라지지 않았다면 다시 되돌릴 수 있다. 금이라 는 원소 자체는 바뀌지 않고 반응을 거쳐 숨어있다가 다시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으로 바뀐 것이다. 이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 화학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전자' 때문이다. 왕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주기율표에서 금 원자는 79번 원소이다. 이 원자는 원자핵에 양성자가 79개, 핵 주변에 전자도 79개가 있다. 금이 사라진 마술은 금 원자에서 전 자 3개가 빠져나오며 시작한다. 금속결합을 한 금 원자에서 전자 3개를 꺼 낸 물질은 질산 이온이다. 전자를 뺏긴 금 원자는 금속에서 떨어져 나가 이온 형태의 원자로 변해 불안정하게 된다. 그래서 금 이온을 안 정시키 기 위해 염산에서 떨어져 나온 염소 이온 4개가 금 이온을 둘러싼다. 결국 용액 안에서 안정한 염화금산으로 존재하게 된다. 금속으로부터 전자를 뺏으면 금속이 이온화되고 다시 전자를 주면 고체 금속으로 돌아간다. 화학에서는 전자를 잃는 것이 '산화'이고 전자를 얻는 것을 '환원"이라고 한다. 환원은 원래의 상태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산화와 환원 반응 은 보다 엄밀하게 말해 '전자의 교환'을 말한다. 모든 물질의 변화는 전자를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화학이 전자의 학문인 이유다. 이제 전자에 대해 물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화학물질을 공부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이다.
전자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전자는 원자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 중 하 나인 셈이다. 핵이 원자의 어디에 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전자는 원자 안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움직일까? 일반적으로 전자는 마치 태 양계 행성과 같이 원자핵을 중심으로 일정 궤도를 공전하는 줄 알지만, 전 자는 그런 궤도 위에 존재하지 않고 그렇게 빙글빙글 돌지도 않는다. 하지 만 전자는 분명 어떤 운동을 하며 핵 주변에 머무른다. 자동차 도로는 주변 상황과 도로 종류에 따라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속 도를 제한한다. 만약 제한 속도를 넘는 과속으로 측정되면 범칙금이 부과된 다. 범칙금 고지서에는 측정 당시의 속도와 위치가 기록되어 있다. 아주 작 은 세계를 여기에 대입해 보자. 원자에 있는 전자는 분명 운동하고 있고 속 도에 준하는 운동량이 측정된다. 그런데 관찰자가 전자의 운동량을 측정하 면 위치를 알 수가 없다. 반대로, 위치를 알면 운동량을 알 수 없다. 만약 전 자가 자동차라면 과속 단속은 불가능한 셈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