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는 어디에 있을까
전자는 입자물리학에서 정의하는 렙톤 (양성자, 중성자 등 무거운 입자를 '바리 온'이라 부르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입자를 지칭한다)의 한 종류이고 분명 원자 안에서 운동하고 있다. 전자의 운동이 중요하지만, 화학에서는 원자뿐만 아 니라 분자에서도 전자가 어디에 '존재하느냐가 관심 사항이다. 전자의 위 치가 다른 원자나 분자와의 반응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거시세계에서 관찰 대상은 시간 변화에 따른 위치 변화를 통해 속도와 같은 운동량이 정해지 고속도는 방향을 가지므로 위치가 예측되고 결정된다. 가령 자동차가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특정 방향으로 가면 한 시간 후에 어디쯤에 있을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뉴턴 이후의 물리학도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원자 크기의 미시세계에 존재하는 전자는 철저하게 양자역학 법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이해의 기준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전자는 원자의 어디에 자리 잡고 있을까?
20세기 초 영국 물리학자인 어니스트 러더퍼드 협으로 핵의 존재가 밝혀지며 원자 구조와 거동에 대한 것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게오르크 헤베시는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 책의 뒤에 등장하는 프리츠 하버 등의 조수를 거쳐 1910년부터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어니스트 러더퍼드와 함 게 일했다. 그러니까 물질의 기원은 대부분 이 시기에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닐스 보어의 실험으로 전자는 특정 에너지 계단에만 존재함을 알 게 됐다. 초기 원자 모형에서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은 태양 주변을 공전하 는 행성에 빗대어 설명됐다. 이 모형이 지금은 맞지 않는다 해도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워 아직도 전자의 위치를 설명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오늘날 인류는 고도의 측정 기술과 수학으로 전자의 위치를 알아냈지만 엄밀하 게는 아직도 정확한 전자의 위치를 모르고 전자가 존재하는 확률적 공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자면, 학부모가 등교한 아이의 정확한 위치를 모 르는 것과 같다. 등교한 아이가 있는 곳이 운동장인지 교실인지, 아니면 몸 이 아파 잠시 양호실에 있는지 모른다. 그저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 실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 잠시 학 교 밖 편의점에 있다고 해도 그 확률이 적기 때문에 무시하는 것이다.
전자의 위치가 여전히 확률로 표현되는 이유
전자의 위치가 측정 혹은 관찰됐음에도 여전히 확률로 표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등장한다. 독일 이론물 리학자 하이젠베르크가 꺼낸 이 개념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관찰을 했지만 '존재를 확정할 수 없는 분포를 말 한다. 이 개념이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의 방정식에서 수학적으로 표현되고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어떤 존재의 확률 분포를 설명한다. 거시세계에서 측정의 대표적인 방법은 빛이다. 광자가 관찰 대상과 충돌하고 튕겨 나온 빛으로 대상의 존재와 정보를 확인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 과속 측정용 레이저 빛이 충돌해도 자동 차의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원자 크기의 세계에서는 광자가 전자에 충돌하면 전자의 운동량을 교란한다. 전자는 광자 하나에도 영향받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관찰한 순간 이후의 위치는 물론 운동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가 없다. 미시세계에서는 대상을 측정하는 행위가 전자의 위치와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의 개념을 포기하고 부정확의 정도를 고민했고 결국 위치와 속도에 수반하는 부정확의 정도 사이에 반비례 관계를 발견했다. 이 개념은 수학의 파동함수로 표현됐다.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파동함수의 크기는 입자가 존재할 확률의 높고 낮음을 설명한다. 물론 운동량을 기준으로 하는 파동함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운동량의 분포를 파동함수로 정의하면 거꾸로 입자의 위치 분포가 모호해진다. 두 대상은 같은 함수에서 서로 반비례로 함께 묶여 있기 때문에 둘을 동시에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전자의 위치와 속도의 관계
결론적으로 전자의 위치는 속도와 관계되는 운동량이 모호한 상태에서 확률적 분포, 그러니까 원자핵 주변에서 발견될 확률이 많은 위치의 집합으 로 표현된다. 이 위치 집합이 마치 구름과 같다고 해서 '전자구름'이라고 표현한다. 원자의 구조를 설명하는 물리학에서 전자와 핵 사이 전자기력을 설 명하기 위해 원자는 대부분이 빈 곳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사실이 아니다. 태양과 행성처럼 일정한 거리에 궤도를 이루고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는 원자 안에서 어디든 나타날 수 있다. 전자의 위치를 원자 내 부를 가득 채운 구름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정말 원자핵 주변에 하얀 구름 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선풍기가 돌아가면 날개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날개가 움직이는 공간을 가득 채운 흐릿한 원이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전자구 몸에서 두꺼운 구름이 있는 곳에 전자가 위치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