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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와 원소는 화학의 시작 그리고 연금술의 흔적

by 티이트리 2023. 5. 31.

원자와 원소
원자와 원소

 

우리는 화학물질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원소를 무조건 알아야 한다. 물질의 근원은 원자이고 그 원자는 수 많은 원소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원소는 화학이라는 학문에 속해있다. 물론 물리학에서도 원소와 원자를 다루긴 한다. 사실 물리학자는 수소 원자 이외의 원소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하다. 그들은 원자 내부의 구조나 원자 중심에 있는 핵을 구성하는 더 작은 입자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같은 대상이지만 두 학문의 관심사는 많이 다르다. 서로 다른 관심은  원자를 바라보는 시작에서도 차이가 뚜렸하게 나타난다.

원자를 고민하다

고대부터 아토모스라는 이름이 주어진,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원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고 나눌 수 없는 존재라고 했 는데 지금의 과학기술은 원자를 더 나눌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원자는 원자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물리학에서 정의한 원자 모형도를 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원자를 더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한편, 화학의 관점에 서는 원자를 나눌 수 없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이상한 말인가. 물리학에서는 원자를 나눌 수 있다고 하고, 화학에선 나눌 수 없다고 하는 건 어떤 의미 일까? Atomos라는 이름이 주어진, 물질의 기본 입자인 원자는 화학은 반응과 변화의 학문이다. 사실 반응의 주역은 대부분 전자다. 가 령 두 원자가 결합을 위해 가까이 다가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각 원자 가 가진 전자는 두 핵이 가까워짐에 따라 전자가 위치할 지리적 공간이 재 배치되며 두 원자를 전자구름으로 묶어버린다. 그리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물질로 변화한다.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는 분명 있다. 그 입자는 원자 그 자체를 설명할 수 있어도 물질의 성질이나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화학적 관점에서는 원자를 가장 작은 단위로 국한한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원자는 원자 그 자체의 정량적 측면을 말한다. 원자를 구성하는 조건과 그 구성원들을 말한다. 반면 원소는 원자의 질적 정의인 셈이다. 특별한 성질 을 가진 원자들을 묶어 원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학문의 경계는 물론이고 과학이라는 분야가 정립되기 전의 인류에게 물 질의 근원은 늘 탐구 대상이었다. 인류는 꽤 오래전부터 사물의 본질 혹은 본성을 찾아왔다. 사람들은 4원소설을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것이다. 물질은 뜨겁거나 건조하고 습하거나 차가워 세상은 불, 공기, 물, 그리고 흙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시대가 있었다. 물론 원자라는 개념을 처음 이야기한 것은 무려 기원전 6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이 시기부터 시작한 화학사의 전개를 이 책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는 이전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에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있지 않은가.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물과 공기와 흙과 불이 물질의 근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화학 을 다루는 모든 문헌과 서적은 연금술을 중요하게 다룬다. 화학이라는 학문 의 발전에 꼭 거쳐가는 것이 바로 연금술이기 때문이다.

 

황금을 만들기 위한 시도

황금을 만들기 위한 온갖 시도가 지금 보기에는 비과학적이고 비현실 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의 지식 수준에서는 타당성이 있었다. 대기 중 질소가 언젠가는 비료를 제조하는 데 결정적 재료가 될 것이라는 빅토리 아 시대 화학자들의 강렬한 소망이 더 이상 비현실적인 희망이 아니었음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당시 연금술을 실행한 사람들도 분명 학자였 다. 심지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리학자 뉴턴도 연금술 사였고 괴테도 연금술에 심취했던 인물이다. 물 론 그들은 황금이 아니라 물질 세상의 기원를 찾으려 했다. 실제로 연금술 은 근대 화학의 기초이기도 했다. 다만 그 방법이 데카르트의 과학적 방법 론을 따랐음에도 대부분의 목적이 부를 가져다줄 금을 만들기 위한 인간의 욕망에 닿아 있었다는 이유로 폄하된다. 그래도 그들의 탐구심은 계속됐다. 세상을 이룬 물질의 근원을 알고 싶어 했다. 당시 과학이 도그마와 이데올 로기로 버무려져 있었던 중세시대 신본사회를 통과하며 절대적 진리에 매 몰되기도 했지만, 17세기에 이르러 화학사에 더 중요한 사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지금의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화학의 시작점인 원소

화학의 시작점을 과학사의 어딘가에 표시하려면 그에 합당한 사건과 인물이 있어야 한다. 화학을 독립적인 학문 분야와 정식 과학으로 자리매김 한 지점은 영국 옥스퍼드의 로버트 보일이다. 그는 1661년 회의적 화학자 The Sceptical Crymist」를 발간했다.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 소설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과학은 사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험에 기초 해야 한다고 말하며 화학자와 연금술사를 구분 짓기 시작했다. 화학사의 변 곡점이 로버트 보일이긴 해도 화학사에 급격한 변화는 없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기존의 연금술과 얽히며 발전했다. 연금술의 마지막 테이프를 끊어 낸 사람은 앙투안 라부아지에 이다. 물질의 본질 을 파악하려 했던 그는 '물질을 분해하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입자'가 존 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원소'를 정의한다. 그리고 수백 번의 실험을 통 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긴다.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고 만들어지지 않으며 모든 것은 변화할 뿐이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입자는 새로 생겨 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입자 사이에 화학적 변화가 있을 뿐이라고 하며 물질은 원소가 결합한 분자로 되었다는 분자설과 함께 질량 보존의 법칙을 등장시켰다. 동시에 인류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재료인 원소 를 경쟁적으로 발견하며 바둑판 모양의 주기율표를 하나하나 채워갔다. 물 질 반응에 대한 여러 법칙과 주기율표의 등장, 그리고 물리학자들에 의해 원자설이 등장하며 연금술은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화학이라는 학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연금술의 흔적

연금술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우리에게 연금술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 다. 보이지 않는 물질의 근원을 찾기 위한 과학자의 노력은 생명 물질에 대 한 어려운 난제도 해결하려 했다. 무생물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어떤 힘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그 이름을 '엘랑 비탈lan vital'이라 불렀다. 이때부터 화학은 물질을 크게 구분하여 생명력을 가진 유기물과 그렇지 않은 무기물 로 나눴다. 지금의 유기화학이 여기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유기물'의 의미 가 과거와 같지 않다. 지금은 탄소를 중심으로 한 화합물을 통틀어 유기물 이라 말한다. 앞으로 이 책에서 전개되는 대부분의 물질은 탄소화합물을 중 심으로 언급될 것이다. 무기물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유기물이 우리 삶과 밀 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